
50대 중년여성의 자기 계발 도전기
지인과 나누던 가벼운 대화 한 마디가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요즘 중년 여성들이 아파트 관리소에 많이 취업한대. 너무 어린 사람보다 40~50대를 오히려 더 선호한다더라고. 입주민 민원을 직접 상대해야 하니까, 어느 정도 연륜 있는 사람이 낫다고."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서울도 아닌 지방에 살다 보니, 솔직히 사무직 일자리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경력 단절에 나이까지 있는 중년 여성이 도전할 수 있는 사무직은 더더욱 좁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파트는 정말 없는 곳이 없습니다. 소도시든 외곽 지역이든 아파트 단지가 있고, 단지마다 관리소가 있습니다. 즉, 아파트 관련 일자리는 지방이라고 해서 크게 부족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장 이직을 결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가 될지 모를 그날'을 위해, 자격증 하나쯤은 손에 쥐고 있어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마침 작년 8월에 만들어두고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내일 배움 카드가 지갑 안에서 잠자고 있었습니다. 이걸 써야 할 때가 왔구나 싶어 온라인 강의를 등록했습니다.
공부 방법 — 하루 한 시간, 무리하지 않게
처음 강의를 들을 때는 하루에 동영상 두 개씩, 교재 문제를 한 번 풀어보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거의 매일 한 시간 정도는 책상에 앉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첫 번째 실수가 있었습니다. 10월 시험 접수 일정을 그만 놓쳐버렸습니다. 달력에 따로 적어두지 않은 탓에 접수 기간이 지나버린 것입니다. 허탈했지만 어쩔 수 없이 12월 접수 기간을 기다렸고, 그 사이에는 공부를 쉬었습니다.
12월에 다시 접수를 완료하고 1월 4일 시험 날짜를 확정했습니다. 이번엔 마음가짐이 달랐습니다. 공부란 게 늘어지면 오히려 더 하기 싫어진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접수하자마자 바로 공부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12월 한 달 동안 하루 한 시간, 동영상 강의 두 개씩을 1.5배속으로 들었습니다. 교재 문제는 세 번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시험 등록을 하면 실습용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해 주어서, 시험 일주일 전부터는 컴퓨터에서 실습 위주로 문제풀이 연습을 했습니다. 실습 교재에 담긴 모의고사 5회분을 풀어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컴퓨터 화면에 익숙해지는 데는 충분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 — 최신 기출문제를 꼭 챙기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교재가 다소 오래된 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 시험장에서 문제를 보는데, 내용 자체는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문제를 제시하는 방식이 교재와 미묘하게 달랐습니다.
처음 보는 스타일의 문제에 순간 당황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주거문화정보협회(http://www.kaeia.or.kr)에서 최신 모의고사를 제공하고 있었고, 기출문제와 답안지를 따로 판매하는 사이트도 있었습니다. 이것을 미리 풀어봤더라면 훨씬 여유 있게 시험을 치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꼭 최신 기출문제를 챙겨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관리소 ERP운영사2급 시험 당일 — 준비물과 시험장 풍경
시험장에 처음 가는 터라 무엇을 들고 가야 할지 몰라서, 신분증, 계산기, 분개 연습용 A4 용지, 컴퓨터용 사인펜까지 한가득 챙겨갔습니다. 그런데 2급 시험은 계산기와 신분증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굳이 챙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험장에 들어서면 감독관께서 안내 사항이 적힌 종이를 한 장씩 나누어 주십니다. 거기에 이름을 적고 기다리면 감독관이 신분증을 확인한 뒤 서명해 주시고, 시험이 끝나면 수거해 가십니다. 그 종이 뒷면을 연습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해 주셔서, 종이를 받자마자 뒷면에 꼭 챙겨야 할 분개 항목들을 미리 적어두었습니다. 미수관리비와 관리비수익, 전기료·수도료 항목 칸을 만들어 놓고 시험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막상 시작하니 필기는 30분 만에, 실기는 40분 만에 완료했습니다. 교재로 공부할 때는 필기시험은 종이 문제지를 보며 풀었는데, 컴퓨터 화면을 보며 풀어야 하니 처음엔 다소 답답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어려운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60점 이상이면 합격이기에 크게 긴장하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 발표일 — 턱걸이지만, 합격입니다
드디어 결과 발표일.
합격입니다.
실기 점수 69점. 딱 9점 차로 턱걸이 합격입니다. 화려한 점수는 아니지만, 합격은 합격입니다.
이 자격증 하나로 당장 내일 이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50대에 접어든 중년 여성이 한 달을 꼬박 공부해서, 처음 도전한 시험에서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훨씬 더 기쁘고 뿌듯합니다.
공부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그 감각. 나이가 들어도 그 설렘은 여전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시험 관련 정보: 한국주거문화정보협회 http://www.kaeia.or.kr